만화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애니메이션화 된 후 더 큰 인기를 얻은 '진격의 거인'이 애니메이션 제작 이후에 실사판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습니다. 일단 결과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흥행 참패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일본 상영당시 개봉 초기에는 원작과 애니메이션의 인기에 힘입어 괜찮은 관객수를 기록하였으나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시들시들해지며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일단 제 느낌에는 원작과 다른 스토리로 전개하는 발상은 아주 좋은 발상이었으나 그 전개를 이어가기 위한 영화적 설정과 장치들은 참으로 어이가 없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영화와 원작과의 다른 점은
1. 에렌과 미카사의 관계
- 원작에서는 계속해서 유대관계를 유지하나 영화에서는 그 유대관계가 어떠한 계기로 인해 끊어지게 됩니다.
2. 리바이가 아니 시키시마라는 새로운 캐릭터 등장
- 리바이처럼 탁월한 전투능력을 보유한 캐릭터이지만 그 외의 설정들은 원작과 판이하게 다릅니다.
3. 마차가 아닌 트럭의 등장
- 말 자체가 등장하지 않으니 후편에서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4. 인물간 갈등 구조의 변화
- 에렌의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거인에 대한 증오가 깊지만 영화에서는 미카사의 죽음(?)으로 인해 또 다른 갈등 구조가 발생합니다.
5. 입체기동 장치의 사용에 대한 설정
- 원작에서는 훈련을 마치면 입체기동장치를 사용하는 설정이지만 영화에서는 딱히 그런 설정은 아닙니다.
등으로 크게 볼 수 있겠네요.
진격의 거인(ATTACK ON TITAN)
줄거리 / 시놉시스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사야마 하지메의 만화 '진격의 거인'의 실사판 영화로 거인의 침략으로 성을 쌓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원작과 전체적인 골격이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초거대 거인의 등장으로 성벽이 뚫리고 가장 외벽의 붕괴에 대한 보수 / 수복에 대한 부분과 주인공 에렌 예거가 아르민을 구하고 거인으로 각성하는 부분등은 원작과 동일하지만 그외 다른 설정과 스토리 전개가 많습니다.
아주 그럴싸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기대감을 높히는 포스터네요.
진격의 거인 실사 영화에만 등장하는 오리지널 캐릭터인 시키시마입니다. 원작에서 리바이와 비슷한 포지션을 하고 있으나 설정 자체는 원작과 완전하게 분리 독립되어 있는 창조 캐릭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원작과 다르게 미카사와의 미묘한 관계. 마치 에렌 예거와의 삼각관계와도 같은 설정입니다. 1편인 전편만 보면 삼각관계가 확실해 보이나 아직 후편이 남아 있으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원작의 완성도를 해치는 딱히 맘에 들지 않는 설정이란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사샤 그라우스(사쿠라바 나나미)가 활을 사용한다는 것도 원작과는 다른 설정이네요.
에런 예거 역의 미우라 하루마. 일본에서 제작되어지는 만화 원작 영화의 대부분은 주인공의 싱크로율을 크게 따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원작과 영화는 별개의 새로운 창조 콘텐츠라고 보는 인식이 있는 것 같네요.
원작의 내용을 고스란히 실사로 옮긴다 하더라도 항상 캐릭터들의 생김새들은 다른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카사 역의 미즈하라 키코. 다소 이국적인 느낌의 마스키이며 원작에서의 미카사의 느낌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아르민 역의 혼고 카나타. 아르민은 아예 머리색부터가 다르네요.
극을 주도하는 3인. 왼쪽부터 아르민, 에렌, 미카사
초반에 성벽을 부수는 초대형 거인의 등장입니다. 초대형 거인은 100% CG를 사용해 보현했습니다. 영화 초반 이정도 까지만 해도 상당한 기대를 하게 됩니다.
CG도 그럴 듯 하고 영화내의 미술도 원작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죠.
꽤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도 계속해서 CG를 사용하는 영화를 만들다보니 계속해서 기술은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에 반해 국내 영화는 많이 사용도 안할 뿐더러 대부분 해외 외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초거대 거인에 의한 성벽붕괴 설정은 원작과 동일합니다.
이후 등장하는 중형, 소형 거인들..... 이 부분부터 아차 싶습니다. 일본이 특촬물을 좋아하는 건 알겠지만...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뭔가 영화가 순식간에 유치해지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똘끼 충만 한스 역의 이시하라 사토미. 원작의 캐릭터를 거의 비슷하게 표현합니다. 아마도 영화와 원작사이의 싱크로율이 가장 높은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드디어 훈련을 마치고 조사 병단이 되었지만 이 조사 병단들이 원작과 같이 전부 입체 기동장치를 잘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착용은 하고 있으나 아예 사용을 못하는 병력도 있고 도끼를 들고 뛰어다니는 캐릭터도 있습니다.
갑작스레 혜성같이 등장해 거인을 제거하는 시키시마 역의 하세가와 히로키. 원작의 리바이와 대응하는 인물로 볼 수 있으나 전투력이 높고 냉소적인 캐릭터인 것을 빼면 나머지 다른 설정들은 완벽하게 다른 영화를 위해 새로이 창조된 캐릭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죽을 줄 알았던 미카사가 2년만에 갑자기 등장을 하며 놀라운 전투 능력을 보여줍니다. 미카사의 전투력은 원작과 동일하지만 에렌과의 관계는 원작과 완전 다릅니다.
다른 것을 떠나서 시키시마를 사이에 두고 미묘한 삼각관계가 연출이 되기도 합니다.
좀 어처구니 없달까. 이 뭔 X소리같은 전개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에렌의 각성으로 인해 나타난 거인. 거인화 된 에렌의 등장은 원작과 동일합니다. 이렇게 원작에서의 임팩트있고 중요한 설정을 모조리 가져다 쓰면서 다른 설정들이 중구난방식으로 끼어들어가 영화가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뭔 소리를 하려는 건지 의아하고 황당한 전개를 해나가는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려면 외전이나 번외편처럼 세계관과 캐릭터만 가져오고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 맞다고 생각하지만 영화는 좋은 것만 가져다 쓰는 삼류 카피 영화와 같은 인상을 주게 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입체기동장치를 사용하는 전투씬이라던가 거인화된 에렌이 다른 거인들과 싸우는 전투씬은 상당히 잘 표현이 되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영화라는 것이 한두장면만을 위해 긴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유연한 전개가 필요한데 이 작품은 원작을 알고 있는 관객에도 원작을 모르는 관객에도 모두 불편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진격의 거인의 원작자인 이사야마 하지메는 인터뷰를 통해 비판을 수용하는 입장이라고 밝히며 하지만 후편은 다를 것이니 기대해 달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원작자가 영화화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러한 스토리와 설정을 수용을 했다는 것은 뭔가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지니 후편을 기대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단, 문제는 전편을 보면 후편을 보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을 듯하니 혹여 감상을 염두해두고 계시다면 전후편을 함께 보시는 것이 나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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